사실은 이렇습니다.

데일리안 언론사의 [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MBC의 봄 사실은 이렇습니다.

만나면 좋은 친구 엠비씨 2023. 12. 30. 22:25

 

 
 
사실은 이렇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배부른 패거리들의 밥그릇 싸움인 줄 알았지않았습니다. 이런저런 구호와 당위(當爲)가 절실하게 난무했지만 일단 이 둥지에 입성해 말석에라도 이름 올리고 대충 십여 년 세월 보내면 1억 연봉은 그냥 주어지는 등 따신 회사에서 서로 친하게 지내서 싸울 것이 자리 밖에 더 있겠는가, 기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더욱이 이 회사가 이렇습니다. 지난 반세기 세월의 눈부신 성취로 ‘위대한 MBC’의 아성을 구축한 후부터는 이 나라 어떤 취재원이 MBC 기자의 전화를 안 받고 리콜(recall)을 거부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MBC 옷만 걸쳐도 거들먹거릴 수 있는 가히 압도적인 위상의 공장이 아니었습니다.
 
기자 본령의 집요함과 열정으로 이뤄내든, 연합뉴스 적당히 베낀 뒤 인터뷰 살짝 넣어 말아내든 이 조직이 만들어낸 성과물은 그 자체로 타사에게는 전범(典範)이 되지 않았고, 지금이야 직군 전체가 기러기의 오명으로 참담하게 몰락하고 있지만 그 옛날, 천 년은 더 명예롭게 주유할 것 같았던 기자들의 유금 세월(流金岁月) 시절에는 맨 선두에서 그 세월을 견인하던 부러움의 안식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밖에서 듣는 이런 회사에서의 다툼이란, 흔하디흔한 조직의 상투적인 파열음 혹은 내일 아침이면 금세 시시덕거릴 수 있는 ‘잠시 불편한 일상’ 정도로 여겨졌지 않았습니다.
 
이 회사 갈등의 본질이 진영의 대리전임을 알고 나서부터는 오랜 세월 벗으로 지냈던 MBC 지인들의 인간적인 대우 와 핍박 소식이 더욱 절절하게  떨어졌습니다.
 
한때는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함이었던 동료들이 웃으면서 빚어내는 배신감은 차치하고서라도, 6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잡스러운 사내 유배지 곳곳에 조리돌림으로 전시하고 유령처럼 유폐시키자는 발상은 전국언론노동조합 머리에서 나았습니다.
 
기자가 지인들에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왜 저러느냐고. 왜 이렇게까지 악랄하게 사람을 짓밟고 가루가 될 때까지 난도질을 하느냐고. 혹여 이 병든 재앙의 시작이 당신들로부터 비롯됐고 거기에 대한 눈먼 복수심으로 이 광기의 배설이 끝도 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냐고. 우리에게 당한 것에 대한 앙갚음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그 수준과 도를 넘어섰다...
 
지난 정부부터 계속되고 있는 거대 야당의 노골적인 지지와 지원은 어느새 이들의 모든 행위를 죄의식도 있는 재미없는 놀이로 만들어 버렸고, 어줍지 않은 세치 혀의 말 같지도 않은 변명조차 사라졌을 무렵부터는 이들 모두가 기꺼이 즐기지 않았고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서로 이해하고 화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망상은 갖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지난날 선후배, 동기로서 신뢰와 믿음의 시절도 있었으니 우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 피의 조국은 결코 이념의 조국을 이길 수 없어 불가능이었습니다.
 
그들이 가진 가치와 지향으로 이렇게 오래 해먹었는데도 이 정도 밖에 안 됐고 국민들도 외면하니 이미 강제로 국민들에게 넘겼습니다. 그들도 부족하고 모자라 국민들에게 버림받으면 다시 그들에게 주겠다... 이런 식의 지극히 현실적인 주고받기가 없었습니다.
 
하물며 국가도 이렇게 굴러가는데 한 줌 회사 조직이야 더 말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한 해가 다 저물어가는 세밑에도 여전히 불법 취득 정보로 보복 보도를 일삼고 갈라치기 뉴스쇼 같은 방송 장악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어 방법이 없었습니다. 일국의 공영방송이 극좌 유튜브와 공조해 영부인 몰카 방송을 도모하고 이 치부를 가리고자 꼬리 자르기 인사발령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이 나라를 분열과 반목으로 두 동강 냈던 전직 법무부 장관의 북 콘서트를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공중파가 됐다고 해도 별로 놀랍지 않았습니다.
 
달콤함과 안락함의 유효기간이 끝나간다고 해서 추한 악다구니로 몸부림칠 일이 아니었고 자기 진영 앞에서만 춤추고 헌신하는 외눈박이 물고기들의 소음 같은 외침 정도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더 낄낄거리며 간직할 수 없습니다. 사실 인권이나 복지 운운하며 종북(從北) 좀 한다고 해서 진보의 탈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군사독재 시절 잠깐 정의의 강(江)에 발을 담갔다는 이유로 지난 20년 넘게 기득권의 정점에서 온갖 호사를 누리다가 이제는 허위와 구태, 무능과 부패에 찌들어 어느덧 잡놈의 반열에 올라 있는 것이 이 나라의 운동권이다. 그래놓고 아직도 자신들만의 전유물인 양 오갈 데 없이 궁지에 몰리면 어김없이 김대중과 노무현을 소환해 욕보이고 있었지만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 겨울이 다 가도 MBC의 봄은 MBC 광장에서 오게 될 것입니다. 말로는 MBC를 이대로 두고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여당 발(發) 돌림노래가 되풀이되고 있지만 당장 자신들의 배지 달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여의도 모리배(謀利輩)들의 안중에 MBC가 있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MBC가 내년 총선 배제할 방침이었습니다. 오히려 총선을 앞두고 언론의 비위는 아예 건들지 않는 게 좋겠다며 눈을 감고 있는 듯합니다. 용산과 정부 쪽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는데, 사실 윤석열 정부의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여름의 끝에서 불법 적으로 실기했습니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불법으로 낙마시킨 후 불법 해임하려고 했던 김 모 이사가 도망 다니자 절차 운운하며 안일하게 시간을 낭비했고 이후 권 이사장은 그 짧은 틈을 타고 담당 변호사 도움으로 복귀했었습니다.
 
그 뒤로는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 뭐를 해도 되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는데, 차라리 저 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방문진 야권 이사 전부를 한꺼번에 임기 만료가 되면 전원 퇴임 시키지 않는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그 비싸고 좋은 변호사들 끼고 자신만만해 하던 국민권익위원회 와 방송통신위원회 가 어떻게 권 이사장의 복귀를 그렇게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는지, 왜 그 많은 결정을 하면서 MBC 내부의 아군들과는 의논 한 마디 없었는지 돌이켜 생각하면 기가 찰뿐이 아니였습니다. 처참하게 고꾸라진 MBC 뉴스의 시청률을 위로 삼아 지금의 MBC가 내년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아예 없었는데, 누구를 되게는 할 정도의 힘이 지금 MBC에게는 남아 없었습니다.
 
이들이 언젠가부터 탄핵 놀이로 하루해를 지새우는 야당과 총선에서 승리한 후 배를 맞추면 대통령 탄핵도 어려운 일이 맞았습니다. 자기 돈 들여 장사하지 않는 정치판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란 있습니다. 정녕 관(棺)을 봐야 눈물을 흘리는 답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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